주식 투자라는 것

 

 한국은 주식 시장에 특히나 냉정한 나라다. 소위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소액 투자자는 결코 정보의 부족(정보의 비대칭)과 자금력의 차이로 인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는 듯하다.실제로 주변에 가까이는 가족, 멀게는 친구나 친척이 겪은 크고 작은 실패담을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주식 시장에서 돈을 조금이라도 따는 사람이 100명 중 5명 정도라고 하니, 안 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부의 격차와 계속 커지는 격차는 모든 투자자를 재산을 자본주의라는 미명 하에 부정한 행위나 요행을 통해 다른 사람의 노동 소득을 빼앗는 투기꾼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는 주식 시장을 통해 개인들의 자본을 모음으로써 인류가 개인 자본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거대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한 사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거대 자본을 이용한 자본 소득을 부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것과 같다. 주식시장은 오히려 소수 부호가 독점하던 거대한 자본 소득의 기회의 문을 일반 투자자에게 열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결국 자본 시장은 노동 소득을 통해 자본을 모으는 동시에, 그 자본을 활용하여 자본소득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시장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한 정보의 흐름과 거대 자본(외국인, 기관)의 압도적인 자금력, 노동 소득에 대한 과도한 윤리적 가치 부여, 개미투자자의 이익보다는 수수료에 눈먼 일부 관계사(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도 윤리적인 문제는 있을지언정, 자본주의의 한 요소임은 부정하기 힘들다) 등의 요인들로 한국에서의 개미투자자란 마치 천 길 낭떠러지로 돌을 굴려가는 프로메테우스와 다를 바가 없는 절망적 선택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다만 주식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라기보다는 낙후되고 공평하지 못한 시장에 대한 한국의 특수성이 크게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10년이 넘도록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주식시장(물론 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개도국 전체의 문제로 보인다)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은 유례없는 강한 정책들에도 들불처럼 불타오르고 있다. 거대 자본과 경쟁을 하기보다는 주로 개인들 간의 경쟁이며, 환금성이 높지않아 개미투자자가 저지르기 쉬운 심리적 실수들을 사전에 차단해주기 때문에 우상향 시장에 올라타기 쉽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주식 시장도 공정성의 개선과 선진적 제도 정비가 이루어진다면 많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건전한 시장으로서 참여자들에게 공정한 기회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때 나에게도 주식은 요행을 바라는 어리석을 선택으로 보였다. 돈으로 돈을 따는 시장에서 내가 가진 돈이 과연 힘을 가질 수 있을지, 기업과 직접 소통하며 하루 종일 거래창을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거인들을 상대로 내가 어떻게 유리한 매매를 할 수 있을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멀리서 보는 산과 직접 오르는 산은 다른 듯하다.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경험도 미천한 일개미이지만, 직접 해보기 전에 내가 가진 생각도 일리는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는 또다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있었던 듯 하다.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것인지, 그저 잠시의 신기류를 스쳐간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스스로 그 길을 한 번 걸어보며 판단을 하려고 한다. 무서우면 돌아설 수도 있고, 중간에 강을 따라 바다로 갈 수도 있지만, 전혀 생각치 못한 산 정상에 도달해 있을 수도 있다. 어찌되든 그 여정의 흔적을 여기에 남겨보려고 한다. 누군가가 이 흔적을 보고 조금 더 쉽게 길을 찾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